어느 시대나 국가를 경영하는 데는 비용이 드는데요.
이를 위해 세금을 걷다보면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합리적인 세제 개혁은 늘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이러한 세제 개혁이 진행됐는데요.
오늘 NTS스페셜에서는 서민을 위한 세금의 새바람 ‘대동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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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의 부담은 줄이면서 국가 재정을 안정성 있게 유지한 세금정책.
대동법은 그야말로 조선시대 가장 합리적인 세제 개혁이었는데요.
역사 속에서 만난 세금. 대동법을 알아봅니다.
TITLE/ 역사 속에서 만난 세금
'서민을 위한 세금의 새바람, 대동법'
대동법의 핵심은 조선시대 지방의 특산물을 집집마다 거두었던 것을, 토지의 면적을 기준으로 토지 1결당 쌀 12두를 내게 한 것이었습니다.
# 최윤희 학예사 / 국세청 조세박물관
Q. 공납이란?
대동법이 시행되기 전 집집마다 특산물을 거두는 것을 공납이라고 했는데,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내야하는 특산물의 양이 같았기 때문에 공납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 혹독한 세금제도였습니다.
게다가 관청의 서리(胥吏)나 장사치들이 중간에 개입해 필요한 특산품을 미리 사들여 농민에게 비싸게 파는 방납(防納)의 폐단도 컸었는데요.
그렇게 특산물을 원래 값의 몇 배로 비싸게 팔면서 백성들의 부담은 한층 더 가중됐습니다.
이러한 조선시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광해군이 왕위에 오르면서 부터였습니다.
# 영화 '광해' SYNC
"땅 열 마지기 가진 이에게 쌀 열 섬을 받고, 땅 한 마지기 가진 이에게 쌀 한 섬을 받겠다는 데 이게 차별이오? 백성들은 스스로 노비가 되고 내시가 되는 판에 기껏 지주들 쌀 한 섬 때문에 차별 운운한단 말이오!"
1608년 왕위에 오른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궁핍해졌던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면서 경제 문제를 개혁하는 방안으로 공납 제도의 개혁에 착수했는데요.
그때 실시한 것이 대동법입니다.
# 최윤희 학예사 / 국세청 조세박물관
Q. 대동법의 특징은?
특산물을 대신해 쌀이나 옷감, 화폐 중에서 백성들이 편한 것으로 내도록 하면서 방납의 폐단이 사라졌는데요. 특히 대동법은 토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땅이 많은 지주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면서, 농민들의 세금 부담도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특산물을 대신해 받은 화폐로 나라의 필요한 곳에 쓸 수 있게 되면서 재정도 한층 더 안정됐는데요.
그러나 세금 부담이 늘어난 지주들의 저항 등으로 대동법의 시행은 순탄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대동법은 1608년 방납의 폐단이 가장 심한 경기도에서 처음 시행된 이후 축소와 확대를 반복하며, 숙종(1674~1720) 때 함경도, 평안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실시되기까지 무려 10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습니다.
방납의 폐단으로 고통 받던 농민들의 부담을 덜고, 지주들의 세금 부담을 늘린 혁신적인 세금제도였던 대동법.
이러한 대동법은 상품화폐 경제가 발달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요.
# 최윤희 학예사 / 국세청 조세박물관
Q. 상품화폐 경제가 발달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나라에 내는 특산물이 없어지면서 왕실과 중앙관청에 필요한 물건을 대신 사오는 상인인 공인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농민들도 돈으로 세금을 내기 위해 특산품을 시장에 팔면서 물건을 사고파는 상품화폐 경제가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무려 10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이루어진 끈질긴 개혁.
그것은 백성의 삶을 헤아린 국가의 강인한 의지이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대동법은 또 하나의 큰 의미로 우리에게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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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게 세금을 걷기 위한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데요.
앞으로도 대동법처럼 국민들을 위한 세제개혁이 많이 일어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