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로 인한 백성들의 부담을 덜고 공평과세를 실현하고자 했던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데요.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조선시대 양대 조세개혁, 공법과 대동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공법이 시행되기 전 조선시대는 한 해의 농업 작황을 현지에 나가 조사해 등급을 정하는 ‘답험법’과
조사한 작황 등급에 따라 적당한 비율로 조세를 감면해주는 ‘손실법’을 합친 '답험손실법'을 토대로
세금을 징수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농사작황을 현지에서 육안으로 보고 등급을 매기는 답험관의 주관적 판단이나
개인적인 친분이 영향을 미쳐 공정하지 않게 책정되면서
백성들의 부담을 줄이고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 공법입니다. 토지의 비옥도에 따라
6개의 등급으로 나누는 전분 6등법과 농사의 풍흉에 따라 9개의 등급으로 나누는
연분 9등법을 핵심으로 공법을 만든 세종대왕은
특히, 과거시험에 공법 문제를 출제해 젊은 유생들의 의견을 듣고,
전국적으로 찬반조사를 실시하는 등 백성들을 위한 공평하고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그렇게 세종대왕은 끊임없이 반대의견을 포용하며 소통의 논의를 통해 무려 25년에 걸쳐
공법을 완성하고 시행했습니다.
백성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법에 따라 올바르게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던 세종대왕.
그렇게 그의 신념에 따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세금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공평과세를 실현하기 위한 조선전기 최고의 조세개혁이 공법이라면,
고영과세를 실현하기 위한 조선후기 최고의 조세개혁은 대동법인데요.
조선시대 지방 특산물로 납부하던 공물을 쌀로 통일해서 납부하게 한 대동법은
호별로 부과하는 방식에서 부과 단위를 토지 결수에 둠으로써 땅을 적게 소유한
지주에게는 세금 부담을 적게 하고, 땅을 많이 소유한 지주에게는 세금 부담을 크게 하면서
재산과 수익에 비례하는 공평한 조세체계를 확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동법이 시행되기 전 지방의 특산물을 국가에 바치는 공납은
빈부에 상관없이 동일한 비율의 특산물을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혹독한 조세제도였는데요.
특히, 생산에 차질이 생기거나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반드시 특산물로 공물을 바쳐야 할 뿐만 아니라
해당 거주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특산물을 관청에서 공물로 요구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해당 특산물을 구해 와서 바쳐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리나 상인이 백성을 대신해 특산물을 나라에 바치고
그 대가를 몇 배씩 가중해 백성에게 받아내는 방납이 성행하게 됐는데요.
그렇게 방납으로 백성들의 부담은 한층 더 가중됐는데요.
이러한 공납의 폐단을 없애고 백성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바로 대동법이었습니다.
특히, 대동법의 시행은 사회 전반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되는데요.
먼저, 대동법의 시행으로 특산물이 쌀로 대체되자 관청에서는 필요한 물품을
공인을 통해 시장에서 구매했는데, 이는 공인의 활동이 활성화되는 시초가 되었습니다.
또한, 공인의 활동이 활성화됨에 따라 조선의 상공업 발달을 불러왔는데요.
상공업이 발전하면서 덩달아 화폐 사용이 활발해지고 이는 상·공인층이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기도 합니다.
아울러 이런 상·공인층의 성장은 농민들의 분화를 촉진시키면서 조선시대의
공고했던 신분질서가 와해되는 데에도 영향을 주었는데요.
세원을 토지 수익으로 단일화해 농민들에게는 세 부담을 경감하고, 재산과 수익에 비례하는
공평한 조세체계를 확립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대동법은 역사적으로도 큰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백성 모두가 세금을 고르게 부담하는 '공평한 세정'을 다져나가는 계기가 된 공법과 대동법.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원칙처럼
국민들의 삶을 헤아리는 세정의 기틀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